- 텐트·폐가구에 가로막힌 서부역 보행로… 차도로 내몰린 시민들 불안 가중
- 중구청,'과태료·계도 다 했지만 인권위 권고·법적 한계로 강제 퇴거 불가'
- 서울역 앞 광장 금주구역 지정에 규제 사각지대 서부역 ‘풍선효과’ 우려
[기업뉴스TV=최신영 기자]
대한민국의 관문 서울역 서부역 일대 보행로가 노숙인 텐트에 가로막혔다. 고가도로 아래 인도에는 알록달록한 캠핑용 텐트와 방수포가 줄지어 섰다.
버려진 소파와 플라스틱 팔레트, 수납장까지 쌓여 사실상 '도심 속 텐트촌'이 됐다. 오랜 시간 통행 불편과 안전 문제를 겪어온 이곳에 최근 새로운 복병이 등장했다.
서울역 앞 광장이 금주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노숙과 술판이 뒤편 서부역으로 밀려드는 '풍선효과' 우려다.
▲ [사진 1] 서울역 서부역 고가 하부 보행로 전경. 교각 옆과 보행로 한가운데까지 주황색 텐트가 자리를 차지해 시민들이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다(기업뉴스TV=최신영 기자)
지난 19일 오후에 찾은 서부역 인근 고가 하부 보행로, 교각 옆은 물론 보행로 한가운데까지 주황색 텐트가 자리를 차지했다.
공사장 펜스를 따라 늘어선 텐트 앞에는 폐가구와 매트리스가 담벼락처럼 쌓였다. 텐트 사이마다 소화기는 놓여 있었지만, 종이박스와 생활 쓰레기가 곳곳에 널려 있어 화재와 위생 사고에 취약해 보였다.
▲ [사진 2] 공사장 펜스를 따라 줄지어 설치된 노숙인 텐트들. 버려진 소파와 폐가구까지 방치돼 사실상 불법
주거 단지를 방불케 한다.(기업뉴스TV=최신영 기자)
지나가는 시민들의 피로감과 불안은 한계에 달했다.
매일 이곳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모 씨(34)는 "텐트가 인도를 막아 매번 차도로 돌아다닌다"며 "밤마다 술판과 고성이 이어져 무서운데, 앞쪽 광장을 금주구역으로 묶으면 이쪽으로 사람이 더 몰릴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근 주민 이모 씨(46)도 "원래부터 인도가 사유화돼 민원이 빗발치던 곳"이라며 "앞쪽만 옥죄면 뒤편 골목만 더 엉망이 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 [사진 3] 서울로7017 엘리베이터 및 보행 진출입로 바로 옆까지 텐트가 들어서 있어 시민들의 접근을 방해하고 있다.
(기업뉴스TV=최신영 기자)
현행 도로법상 보행로 무단 점유는 엄연한 불법이다. 정당한 사유 없이 도로에 적치물을 쌓아 통행을 방해하면 철거나 처벌 대상이 된다.
하지만 현장을 관리하는 중구청은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이미 다 했다"며 답답함을 토로한다.
실질적인 제재를 가할 법 제도가 턱없이 부족해 발만 동동 구르는 처지다.
▲ [사진 4] 인도에 플라스틱 팔레트와 버려진 의자, 비닐 방수포가 담벼락처럼 쌓여 보행로를 가로막고 있다.
(기업뉴스TV=최신영 기자)
중구청 관계자는 "매일 2인 1조로 순찰을 돌며 안부를 묻고 물건을 치우도록 계도한다"며 "면적 단위로 부과하는 도로 무단 점용 과태료도 이미 매겨져 있어 행정 절차는 끝까지 간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행정 절차의 마지막 단계인 '강제 철거(행정대집행)'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중구청 관계자는 "과거 청소 중 적치물을 치웠다가 '생활필수품 무단 폐기'라며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은 적이 있다"며 "이 결정이 원칙처럼 굳어져 정비 부서가 나갈 때도 인권 시비 우려로 복지 부서와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 [사진 5] 대형 방수포로 덮인 텐트와 흰색 수납장, 그리고 비치된 소화기. 공공 보행로가 노숙인들의
생활공간으로 고착화된 실태를 보여준다.(기업뉴스TV=최신영 기자)
더 큰 걸림돌은 '사람'을 향한 강제 조항이 없다는 점이다. 관계자는 "인도는 열린 공공장소라 물건은 치울 수 있어도 사람 자체를 강제로 내보낼 법적 권한이 없다"며 "시설 입소도 본인이 거부하면 그만이라 계도와 쓰레기 수거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코레일이 역사 내부 쓰레기를 매달 트럭 단위로 치워내듯, 구청도 쏟아져 나오는 짐을 치워주는 미봉책만 반복하는 셈이다.
광장 금주구역 지정에 따른 '풍선효과' 우려에 대해서도 지자체의 사전 대응책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이번 조례나 금주구역 지정은 노숙인 퇴거를 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며, 광장 규제로 서부역 쪽으로 이동할지에 대해 당장 수립된 대응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풍선효과 여부는 실제로 이동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일단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며 "향후 서울시나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코레일 등 관계기관과 함께 상황을 보며 대응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 [사진 6] 고가 하부 텐트 뒤편에서 한 노숙인이 머물고 있는 모습. 공공장소 특성상 강제 퇴거가 불가능해
지자체 행정이 한계에 부딪혀 있다.(기업뉴스TV=최신영 기자)
행정이 법적 한계에 부딪혀 겉도는 사이, 앞 광장의 금주구역 지정은 서부역 텐트촌의 뇌관이 되고 있다.
단속을 피해 규제 사각지대로 노숙과 음주 행위가 넘어온다면 시민 보행권 침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단순 과태료와 계도를 넘어 공공 보행로 무단 점거를 실질적으로 막을 촘촘한 입법 보완이 절실해 보인다.
시설 입소를 꺼리는 장기 노숙인을 치료·자활로 이끄는 복지 체계가 함께 맞물리지 않는다면, 서울역 뒤편의 텐트촌은 도심의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