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을 만나서 인터뷰할 때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하면 어떻게 해야할까, 무슨 말을 꺼내야 할까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저의 선입견이었습니다.”
-시각장애인 인터뷰집 ‘너와 나의 연결고리’ 시민활동가 오정선 프롤로그 중에서‘
[기업뉴스=최신영 기자]
하얀 지팡이, 검은 선글라스, 안내견, 점자.....
누가 떠오르는가?
사람들은 이 단어를 접하자마자 시각장애인의 모습을 연상할 것이다.
물론 맞다. 사회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품으로 이 단어들을 사용했고 사회 구성원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세상은 비장애인 위주로 맞춰졌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는 이분법 사회가 만들어졌다.
이로 인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보이는 것에만 집중되어 사회적 편견에 사로잡혀 그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오늘을 같이 살아가는 우리 이웃일 뿐입니다. 편견의 테두리를 벗어 던지고 그들을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바라봐 주세요.”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준 청년 시민활동가 박아연씨가 한 말이다.
그녀는 이어,
“어떤 분은 공연, 전시, 영화 관람이 취미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흔히들, 시각장애인이라고 하면 집에만 있고 외부 활동을 하지 않을 거로 생각하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답니다. 인터뷰하면서 느낀 건 우리와 똑같은 취미와 일상을 즐기는 이웃이었어요.”
코로나19 라는 희대의 괴물을 만나 사회적 고립은 더욱 심각해졌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시각장애인들 또한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졌다.
건조하고 밋밋한 일상을 살아가는 그들을 위해 오정선, 박아연 두 청년 시민활동가들은 그들의 눈이 되어 세상을 두드렸다.
이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장애 인식 개선을 목적으로 문화 예술을 접목한 ’너의 나의 연결고리‘ 작품 전시회를 열었다.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서울시민청 갤러리에서 개최된 전시회에는 작품 28점이 걸렸고 비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의 연결고리가 되었다.
박아연씨는 “사실, 직장인이라 시간이 많이 부족해서 작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부담감도 컸는데 막상 전시회를 열고 보니 뿌듯하고 기쁩니다.”라며 전시 소감을 전했다.
전시회를 준비하기 위해 청년 시민활동가들은 수도권에 거주하는 11명의 시각장애인을 직접 만났고 인터뷰한 이야기를 책자로 엮었다..
인터뷰에 응한 11명의 주인공들은 장애를 딛고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인으로 활동하는 이들로 자신들의 일상을 공유했다.
구술 인터뷰집을 읽은 작가와 학생들은 그림,사진,금속 공예 등으로 그들의 삶을 표현했다.
혹자는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과 전시회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한 시각장애인은 일반 전시회는 작품을 만질 수가 없어 전시회를 감상할 때 사진을 찍어 집으로 돌아와 확대해서 감상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며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그림 전시회로 열어주길 바랬다.그래서, 울퉁불퉁한 재질의 유화 기법과 형태를 가진 금속 공예로 일부 작품을 구성했다.
저시력 장애인이 손수 그린 그림도 또 하나의 볼거리였다.
미술작가 유진양과 프리랜서 모델 배희진양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직접 그려 전시회에 참여했다.
누군가 이야기해주지 않았다면 일반 작가의 작품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그들의 작품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시각장애인들의 이야기는 작가와 학생들의 눈과 손길로 미술 작품이 되어 새롭게 재현됐다.
주인공들의 얼굴, 하고 있는 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들을 세심하고 유머스럽게 표현했다.
주인공들의 삶과 미래가 자유롭게 묘사되어 무겁지 않았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성화봉송이나 시구를 했던 이야기, 오로라를 보기 위해 해외여행을 간 부부 이야기, 중학교 교사의 이야기 등 다양한 그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작품 전시회를 관람한 한 시각장애인은
“시각장애인에 대한 주제로 전시를 하는 것이 의미있게 다가왔고 직접 만져볼 수 있어 좋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와서 감상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관람 소감을 전했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시민활동가 오정선씨는
“내년에도 시각장애인의 이야기를 담은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청각 장애인,지체 장애인,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전시회를 지속적으로 열어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라며 계획을 밝혔다.
’너와 나의 연결고리‘ 작품 전시회는 서울혁신센터의 <세상을 바꾸는 시발점>프로젝트의 일한으로 시각장애인 11명, 작가 13명, 학생 13명으로 총 37명이 참여했다.
- 인터뷰 참여 시각장애인
강내영,김가람,김혜일,배희진,선명지,손지민,안제영,양하은,유진,이창훈,한혜경
- 참여 작가
김혜원,남정환,박하나,배희진,신예진,유진,이가은,이윤지,장안나,정진아,정예지,최정은,한규필
- 참여 학생
김가은(상신초등학교),김리아(도성초등학교),문나윤(오마초등학교)
신종건(봉천초등학교),신종혁(봉천초등학교),오수경(은로초등학교)
이민우(동천초등학교),이채림(양진초등학교),전소희(충현중학교)
조승아(언북초등학교),조윤성(언북초등학교),한세빈(개일초등학교)
한예은(소명여자중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