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구제 대상자 추가 인정…총 2,239명 인정
옥시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고 그 이후 관련기업 책임범위 확대
원료공급업체 및 대형유통업체들도 비난의 대상
[뉴스랭킹=송영희 기자] 옥시레킷벤키저의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가정에서 어린 아이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전국에서 유사한 피해사례를 겪은 피해자들이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 위원회(이하 특조위)를 조직하고 정부에 문제해결을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원료공급업체 및 대형유통업체들까지 책임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제조물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한 책임은 원칙적으로 제조사에 있으나 가습기살균제 피해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커지면서 대량유통으로 인해 많은 마진을 챙긴 대형유통업체와 원료공급업체도 문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공동책임론도 대안 마련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정부가 조사한 특별구제계정 대상자는 총 2,239명(질환별·분야별 중복 지원 제외)으로 늘어났다.
이와 관련,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지난 6월29일 제21차 구제계정운용위원회(위원장 이용규 중앙대 교수)'를 개최해 구제급여 상당지원 대상자 결정, 긴급의료지원 대상자 결정, 장의비 및 구제급여 조정금 대상자 결정 등의 안건을 심의·의결하면서 폐질환3단계 3명 및 폐렴 1명을 구제급여 상당지원 신규 대상자로 인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의료적·재정적 지원이 시급한 대상자 16명에 대한 긴급의료지원도 의결됐다. 이번 대상자는 환경노출 결과, 가습기살균제 관련성, 의료적 긴급성 및 소득수준 등을 고려해 결정됐으며, 본인이 부담한 의료비에 해당하는 요양급여를 지원받게 된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9월25일 시행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을 다음달 시행한다.
환경부(장관 조명래)는 다음달 25일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시행을 앞두고, 피해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고 하위법령 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하위법령 개정안은 의견수렴을 위해 지난 7월3일부터 8월12일까지 입법예고 중이며, 이와 함께 연구용역을 비롯한 전문가 의견수렴, 특조위와의 협의 등을 거쳐 하위법령 개정을 위한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피해자 공청회가 무산되자 특조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하위법령 개정안은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범위를 확대하는 법 개정 취지를 반영한 조사판정체계 개편, 특별유족조위금 상향 등을 다루고 있다.
조사판정체계 개편과 관련해 요건심사는 피해자 범위를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닌 신속한 심사를 위한 것으로 요건심사 대상 질환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개인별 심사를 거쳐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가 발생 또는 악화된 경우 피해자로 인정될 수 있다.
법 시행 후 달라진 조사판정체계에 따르면 역학 또는 독성 등의 연구에서 과학적 근거가 확인된 건강피해는 노출 여부, 질환 진단 사실 등의 요건충족 여부만 검토해 피해자를 판정하고 요건 심사에 해당하지 않는 피해자는 개인별 의무기록을 종합 검토해 심사한다.
특별유족조위금에 대해서는 연구용역을 통해 지난해 판례 중 손해배상소송의 사망 위자료를 분석해 약 4천만원에서 약 7천만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사업자분담금 재원을 통한 정부의 보충적 구제행위로써 배상금에 준하는 지원을 하고 사업자를 면책시켜 주는 의미가 아닌 점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특조위 왜 반발하나
이에 특조위는 지난 13일 성명서를 내고 지난 3월 개정된 특별법은 가해기업들의 분담금으로 조성된 피해구제자금이 100분의75이상 사용된 경우 환경부장관이 분담금을 추가로 징수할 수 있는 근거를 두었기에 ‘재원이 한정되어 있어 특별유족조위금을 증액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비난했다.
특조위는 시행령상 구제급여 중 특별유족조위금 등은 정부가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원인자책임 원칙에 의해 영리불법행위자인 판매기업들의 분담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며 실제로 옥시와 애경, SK 등은 성인 사망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한 바 있으며 특별법에 따라 특별구제계정을 통해 원인자미상·무자력 사망 피해자에게 위자료가 지급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가습기살균제 독성과 관련해 현재 후속 연구가 계속되고 있는 바, 관련성이 인정된 피해가 새로 확인되었거나 기존에 완치 판정을 받았던 건강상의 피해가 재발 또는 악화한 경우 구제 급여 항목 중 요양과 관련한 항목에 대해서는 재지급신청 절차가 마련돼야 하며 재요양 등과 관련한 새로운 내용이 시행령에 추가 반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조위 황전원 위원장은 “당시 피해구제법에는 환경성 질환의 특성상 상당한 개연성이 있으면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도록 규정해 피해 질환을 확대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두었으나 환경부 시행령에서 심사기준으로 상당한 인과관계를 요구함으로써, 많은 피해자들이 엄격한 요건에 묶여 피해 인정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비난했다.
가습기살균제 사업자 공동책임론의 문제
이제까지 가습기살균제 피해문제에서 직격탄을 맞은 기업은 옥시레킷벤키저였다.
그러나 옥시제품을 판매한 판매기업들을 영리불법행위자로 규정한 이상 대형유통업체들도 그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원료공급사인 SK케미칼부터 대형유통업체인 애경에 이르기까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검찰이 애경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애경에 강도 높은 책임을 추궁하고 있어 정부와 특조위가 함께 옥시레킷벤키저뿐만 아니라 관련기업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특조위는 쉽게 합의에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특조위가 엇박자를 내는 이유는 정부는 구제급여 중 특별유족조위금 등은 정부가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원인자책임 원칙에 의해 영리불법행위자인 판매기업들의 분담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으나 특조위는 더 많은 재원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습기살균제 사업자 공동책임론의 문제는 이제 구제급여 재원 확대 및 관련기업의 분담금 문제로 귀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면적인 수용 및 전격적인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타협과 양보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안 마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이 간과되어 있다는 것이다.
일반국민의 입장에서 중요한 점은 구제급여의 금액 및 재원규모가 아니라 이러한 안전사고의 재발가능성에 대한 정부의 예방 의지이다.
유해물질에 대한 규제와 국민안전이 빠진 대안 모색을 통해 정부와 특조위 양자가 경제논리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점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