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과자 프로그램, 실적에 도움 안 돼
[뉴스랭킹 = 송영희 기자] 지난 정부의 과오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는 쉬운 해고와 관련, 성과중심 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저성과자 프로그램이 오히려 경영성과를 저해하는 등 기업의 발전을 역행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비엘생명은 최근 3년간 저성과자 프로그램을 위시한 쉬운 해고에 대해 노동조합과의 갈등으로 진통을 치른 바 있다.
에이비엘생명은 과거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저성과자 프로그램을 부활시키고 법원이 저성과자 프로그램에 따른 징계가 위법하다는 판결에도 불구하고 저성과자 프로그램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비엘생명보험은 지난 2013~2014년 저성과자 프로그램을 한시적으로 운영했으며 2016년 노동부의 공정인사 지침 발표 이후, 제도를 부활시켰다.
당시 기업의 저성과자 프로그램 운영이 쉬운 해고를 인정하는 공정인사 지침보다 시기적으로 선행한 것으로 보아 이러한 지침이 업계의 이해관계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들렸다.
에이비엘생명에서 지난 2016년 저성과자 프로그램에 참여한 근로자의 절반가량이 인사 조치를 받았으며 일부는 퇴사했다.
또, 이듬해인 2017년에도 저성과자 프로그램이 재가동했으며 심지어 현 정부가 출범하고 노동부가 양대 지침을 공식 폐기한 이후에도 저성과자 프로그램을 강행했다.
저성과자 프로그램은 성과 평가에서 실적이 부진한 근로자를 퇴출시키는 제도로 성과 평가에 대한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따라서 저성과자 프로그램은 기업 입장에서 임의적이고 쉬운 해고를 합리화하는 제도로 취업규칙에 위반된다는 것이 노동조합의 입장이었다.
에이비엘생명 노동조합에 따르면 직원의 80%가 잠재적 대상자로 고통 받고 있으며 성과연봉제도 이미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급변하는 보험영업 환경에서 회사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성과중심 문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기업의 입장이나 최근 3년간의 실적을 분석해 본다면 성과중심 문화가 반드시 실적관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비엘생명의 매출은 지난 2017년 2조원 고지를 넘어섰다가 저성과자 프로그램을 계속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된 2018년 1조6,461억원으로 매출이 31% 감소했다.
순익도 지난 2017년 26억원에서 2018년 19억원으로 26% 감소했으며 지난해에는 순손실이 24억원으로 226% 역성장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와 같은 수치는 저성과자 프로그램이 기업의 실적관리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며 성과중심 문화가 기업의 발전에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게다가 에이비엘생명이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는 잠재매각설이 업계에 나온 이후, 에이비엘생명의 매출은 오히려 상승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에이비엘생명의 지난해 매출은 1조7,819억원으로 전년 대비 8% 증가했으며 지난 1분기에는 6,769억원을 기록하며 매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증가율은 코스피 평균 3.05%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를 보여준다.
기업의 외형적 신장세를 판단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매출액증가율이 경쟁사보다 높다는 것은
결국 시장점유율의 증가를 의미하므로 경쟁력이 배가됐다는 뜻이다.
순익 역시 지난 1분기 14억원으로 순손실을 기록했던 지난해와 비교해 흑자전환을 했다.
이러한 현상은 저성과자 프로그램에 대한 반감이 근로자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불만을 증가시켜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가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에이비엘생명이 윤리경영과는 거리가 먼 다국적기업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떨쳐내고 지속가능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과의 갈등을 추스르고 건전한 근로문화를 정착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