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으로 돌아가 본래의 역할에 충실해야 지속가능미래 보장
[뉴스랭킹 = 송영희 기자] 전세계적으로 저성장기조가 안정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금융업계도 수익이 하향안정세를 보인다.
그러나 금융업계의 성공적인 안착 분위기 속에서 농협은행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될 가능성에 우려가 제기된다.
농협은행은 일제강점기 고금리 부채에 허덕이는 농민과 농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본래의 목적에 충실해야 하지만 수십 년 성장기를 거치면서 시중은행들과 경쟁하며 글로벌 금융기업으로 성장해왔다.
농협은행의 성장 자체는 바람직한 것이지만 농협금융지주의 계열사 구성을 볼 때 농협금융의 표리를 볼 수 있다.
농협은행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농협금융지주는 보험, 증권뿐만 아니라 NH저축은행, NH농협캐피탈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매머드급 글로벌 금융기업이다.
실제로 NH농협은행의 대출금리가 저금리 수준이어도 농협금융지주 계열사 가운데 대출사업을 하는 NH저축은행, NH농협캐피탈 등의 대출금리는 중금리를 넘어선다.
NH농협은행은 외관상 농민과 농업을 지원하는 착한 은행으로서 저금리 대출금리를 준수하고 금융소비자들에게 착한 금융서비스를 하면서 이미지 관리를 해야 하는 반면 NH저축은행, NH농협캐피탈은 그렇지 않다는 계산이 엿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NH저축은행, NH농협캐피탈과 같은 중금리 이상의 대출사업을 하는 계열사의 충성도가 높은 것은 아니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해 순익 1조7,359억원을 시현했으며 이 가운데 조직충성도가 가장 높은 농협은행의 순익은 1조3,707억원으로 농협금융지주의 순익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은행의 순익이 전년동기대비 9.6%(1,464억원) 감소한 실적을 기록했으나 이자이익은 전년동기대비 4.4%(2,267억원) 증가했다.
순익 감소의 배경에는 미래손실흡수능력을 높이기 위한 대손충당금 선제적 추가 적립 등으로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이 2,057억원이 증가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은행의 실적은 이미 3분기에도 하향안정세 기조를 보였으나 이러한 실적추이는 그 배경이 미래를 위한 실탄을 확보하기 위한 대응전략이라는 점에서 수익이 후퇴한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실제로 농협은행은 디지털금융에서도 뒤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1월 새로 취임한 권준학 은행장이 지난 5일 올원뱅크 육백만 가입 고객 달성을 알렸다.
권 행장은 “고객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고객 감동을 실현하고, 사랑받는 천만 고객 생활금융플랫폼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천만 고객은 금융시장 점유율 차원에서 무시할 수 없으며 앞으로 대상고객이 증가한다면 농협은행이 디지털금융의 일인자로 등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농협은행이 왜 이렇게까지 금융시장의 지배적 사업자가 되어야 하는가’ 라는 점에 있다.
농협금융지주가 외형적인 성장을 거듭함으로써 계열사 손실을 보전해야 하는 상황에서 핵심 자회사인 농협은행의 기여가 없이는 원활한 대응을 하기 어렵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나침은 아니함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농협은행이 이제라도 초심으로 돌아가 본연의 역할을 다 할 때 지속가능한 안정적인 미래가 보장될 수 있다.